제임스 엘킨스의 『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원제: Why Art Cannot Be Taught)』 를 읽고. (아주 간략한 생각 정리)
제임스 엘킨스(James Elkins)는 그의 저서 『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원제: Why Art Cannot Be Taught)』에서 "미술은 가르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의문)에 조금은 냉소적이고 비관적인 태도로 미술 교육의 역사부터 자신의 교육자로서 경험에 이르는 근거를 제시하며 나름의 결론을 낸다.
"1. 미술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다. 우리가 가르치지 못하는 이유는 언제 어떻게 가르치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2. 미술을 가르친다는 기획이 혼란스러운 이유는 우리가 테크닉 교습 이상의 무엇을 하고 있는 듯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3. 미술을 가르치는 방식에 기본적인 커리큘럼의 변화를 제안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
4. 미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결론은 본문에서 따로 떼어 놓으면 얼핏 비관론자의 무책임한 방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결론이 방언처럼 보이는 이유는 원래의 맥락에서 떨어져 나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보는 이가 '미술'과 '교육'을 각자 기준에 따라 고정적인 무엇으로 규정짓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제임스 엘킨스가 내린 결론은 단호해 보이나 그의 이 저서는 미술을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애매하고 어려운 일인지 토로하는 다양한 일화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술 교육에 대해 정말 단호히 답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책을 이런 식의 구성으로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하기도 한다.
"미술을 가르친다는 것의 의미를 아는 것이 그토록 어렵다는 사실은 교사들을 정진하게끔 이끄는 경향이 있다. 교사들은 이 점에 자극을 받아 다양한 방식으로 가르치게 된다 ...... 하지만 그것이 결국은 논리적 모순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미술 강사가 이런 모순의 중심에서 일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제임스 엘킨스의 입장은 위 언급처럼 미술을 가르치는 행위가 고정적이거나 당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의문을 가질 때 '미술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에 가까워 보인다. 현대의 미술 교육을 비롯한 미술 제도는 태생적으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역할을 하기보다 현실을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현대적 의미의 미술가를 가르쳐 길러내고 지원한다는 기획은 조금씩 어긋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어긋남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통해 반성적인 자세로 고민하고 상상할 필요가 있다. 어긋남을 불평하며 외면하거나 반대로 어긋남에 자신의 몸을 맞춘다면, '미래의 미술'이 '현재의 미술'과 다르지 않은 무서운 미래를 맞이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제임스 엘킨스는 책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언급하며 글을 마친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 책의 제안들이 우리가 행하는 것을 더 흥미롭게 만들지는 않으리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행하는 것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보여주는 부정적이고 제한된 의미에서만 흥미로우리라. 그 증거가 바로 이 책이며, 나는 이 책이 궁긍적으로는 실제의 평가보다 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결국 미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은 따분하고 부적절하고 유해한 기록일 테고 따라서 어쩌면 자물쇠를 채워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제임스 엘킨스, 장호연 옮김, 『학교 안의 미술 학교 밖의 미술』, 책세상, 2006, pp. 325-328.
**제임스 엘킨스, 위의 책, p. 167.
***제임스 엘킨스, 위의 책, p. 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