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혜연 《Half-Awake》(2021.07.19. 메모)
(2021.07.19. 메모)
마감기한(deadline)은 때때로 창작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마감기한은 ‘끝’이 있다는 감각을 잃지 않게 해주며, 우리가 작업(혹은 일)을 비로소 끝마칠 수 있도록 돕는다. 매듭짓지 못 한 창작의 과정은 무한한 가능성을 품(었다고 믿)은 채로 희미하게 사라질 뿐이다. 마감기한은 그 의미와 달리 우리의 일과 삶을 보다 선명하게 유지할 수 있게 한다. 조금 과장해서 우리의 삶은 마감기한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그 무엇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마감기한으로 점철된 우리의 삶 안에서 가장 중요한 마감은 바로 죽음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언제 죽을지 알지 못 하나, 모든 사람은 자신이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죽음’이라는 기한을 알 수 없는 마감은, 죽는다는 감각을 매일 같이 상상하고 되새기는 행위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으로 매듭지을 때 지켜낼 수 있다.
앞선 이야기는 서혜연의 «Half-Awake»와 연결된다. 작가는 곧 계약이 만료되는 동료 작가의 빈 작업실에서 5일간 “‘작은 것을 큰 것으로 만드는 Wake u-Up! 조각 실험’의 중간점검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따뜻한 뼈 한 토막을 쥔 손의 ‘감각’”에서 시작한(것으로 추측되는) 작업은 구체적인 감각을 통해 죽음을 인식하고, 이와 관련된 기억을 스케치 삼아 뼈 마디의 형상을 흙으로 빚어내며, 무한이 아닌 유한의 가능성으로 이행한다. 작가는 죽음의 기억을 떠올리며 조형해낸 물렁한 뼈 마디 내부에 생생한 외침(“WAKE UP! WAKE UP!”)을 새겨넣는 한편, 결국 굳고 마는 이 뼈 마디에서 긁어낸 흙으로 건물 내벽에 얉은 부조를 만들었다. 죽음의 일부이자 그 자체인 뼈 한 토막을 통해 죽음을 감각한 경험은 죽음을 막연하고 실체 없는 종착지가 아닌 반드시 오고야 마는 기한으로 여기도록 했을 것이다. 손에 잡히고 느껴진 죽음의 감각은 당장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작은 반복적 조형 행위로 이어지고, 이 작은 마디마디는 매번 미세하게 다른 손끝 감각으로 완결된다. 이와 함께 가루와 소리로 흝어진 잔여물은 한 공간에서 “중간점검”이라는 이름으로, 그리고 (부조 형태의) “엷은 조각”으로 매듭지어졌다.
*30분 가량 에어컨 없는 더운 공간 속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본 경험에 기반한 감상평이라, 같은 전시를 본 사람이라도 공감 안 가는 내용이 많을 수 있습니다(죽음이라니..?).
**이 메모는 전시의 모든 구성을 다루는 내용은 아니고, 일부에 집중한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