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기록’의 지지체로서 기록


기록의 형식은 계속 변화하고 그 과정에서 기록은 누락되거나 산재되기도 한다. 또한 특정한 기록물의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보관자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에 그런 이유로 사라지는 기록도 있다. 기록물인 자료가 스스로를 수집하고 정리한다면 좋겠지만, 수집과 정리는 분명 누군가가 해야 이뤄지는 일이기 때문에 거의 언제나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먼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기록은 사실을 담보하는 요소라기보단 기억과 또 다른 기록의 지지체에 더 가까운 듯하다. 그래서 지난 일을 쫓으며 연구하는 사람들은 기록을 보증서처럼 다루지 않고, 다른 기록에 의해 지지 받는 일종의 무대로 여기는 것 같기도 하다. 무대는 픽션과 논픽션이 혼재된 장소이며, 언제든 헐리고 새로운 무대가 세워질 수 있다. 그런데 기록이 기억과 또 다른 기록의 지지체라면, 기록물의 생산자이면서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사람은 가장 단단한 지지체를 만들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천계영 작가는 자신의 데뷔 연도, 데뷔작을 그린 연도를 특정하기 위해 직접 나서서 트위터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그 내용을 다수의 사람에게 공유했다. 이렇게 기록의 생산자가 직접 자신의 기억과 조각난 공적, 사적 기록을 공개적으로 모아 지지체를 세우고 무대를 만들면 이는 신뢰할만한 사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사료로서의 가치를 떠나서 작가 스스로 자신의 타임라인을 선명히 그려보는 일은 자신이 어디에 서있었으며, 어디로 나아가는지 보다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향후 작업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