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내 아침은 볼모로 잡힌 적이 없는데

hasangpaullim 2022. 3. 27. 22:06

얼마 전 아침 출근길에 지하철 운행이 지연돼서 지각을 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직장에 늦었을 것이다. 이때 여론이 지각의 원인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시위로 여기는지, 아니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로 여기는지는 매우 중요한 차이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향력 있는 스피커의 발화가 여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그 또한 중요할텐데, 최근 한 정치인은 전장연의 행동을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 표현했다. 그런데 나는 딱히 내 아침이 볼모로 잡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열차 안의 다른 승객들은 큰 동요 없이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정치인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해당 표현은 발화하는 순간부터 사람들을 동요하게 만들 것이다. 사람들이 마음 속에 숨겨놓은 사소한 불만은 증폭되어, 당장 내 갈 길을 막고 있는 존재에 대한 혐오로 커질 수 있다. 이동권 확대는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 약자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한 미래인데, 그런 미래가 오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있거나 당장 악의적인 혐오 발언으로 어떤 파이를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이 자꾸만 미래를 밀어내는 것 같다.


* 「“장애인 이동권” 출근길 시위에 ‘경찰개입’ 주문한 이준석」: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6327.html
** 「이동권 확대는 '장애인만을' 위한 일이 아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20228113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