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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교육으로 생각해보기

hasangpaullim 2022. 4. 15. 00:44

교육학 수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개념 중 하나는 통합교육이다. 이때 말하는 통합교육은 주류화(Mainstreaming) 개념의 통합교육이 아닌 포함(Inclusion) 개념의 통합교육이다.[1] '주류화'가 특수교육의 학습자를 일반교육으로 돌려보내는 교육적 배치를 말하는 것이라면, '포함'은 특수/일반 구분 없이 하나의 환경에서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포함 개념의 통합교육은 단순히 일반교육에 교수적 수정을 통해 특수교육적 방법을 추가한 통합을 넘어서, 일반교육/특수교육을 재구조화한 새로운 보편적 교육과정의 실현을 지향한다. 이 '완전한 포함’ 개념의 통합교육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 하는 기존 교육의 악순환 속에서 등장했다. 정상화로 향하는 교육은 끝없이 '비정상'을 만들어낼 뿐이다. 장애인/비장애인을 분리하는 교육은 양자 모두의 경험과 감각을 제한하여 이들을 좁은 세계에 살도록 한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감각은 그를 직접 만나지 않고서는 느끼기 어렵다. 서로 직접 만나지 않고 머리로 이해하는 교육은 완전한 통합으로 재구성되지 못 한다. 많은 장애인은 정신적인 차원에서 자립을 시도하기 힘들고, 대부분의 비장애인은 장애를 시혜적인 차원에서 바라보는 데 그칠 것이다. 완전한 포함 개념의 통합교육은 학교 테두리를 넘어 사회 전체에서 장애/비장애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시도할 때 비로소 실현 가능하다. ‘나중에 때가 되면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만나게 한다’는 식으로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다. 특수교육학 수업에서 가르치던 선생님은 통합교육의 실현은 시간의 문제이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이를 미래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 유력 정치인은 장애인의 이동권을 토론의 주제로 삼으며 혐오를 조장하고, 수많은 사람들은 이에 공감하고 동조한다. 어제 토론 영상에 달리는 댓글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장애인과 키보드 배틀 같은 토론을 벌이는 정치인을 두고 “대화”를 시도하고 “역지사지”하는 “선진국”형 정치인이라고 한다. 이상과 현실은 언제나 멀지만 이상을 추구해야 현실은 조금이라도 나아진다. 그런데 망가진 현실에서 이상을 보는 사람이 많은 듯하다. 장애를 비정상으로 보고, 장애인을 시혜의 대상은 커녕 이기적이며 “시민”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로 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쪽으로 기울어진 판에서만 만나거나, 서로 만나지 않는다면 이해할 수 없고 감각할 수 없다. 유리하게 기운 쪽에 있는 사람은 상대를 감각하지 않고 상대에게 이해 받지 않아도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살 수 있지만, 불리하게 기운 쪽에 있는 사람은 상대를 감각하지 못 하고 상대에게 이해 받지 못 하면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 한다. 기본적인 권리를 넘어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만나서 감각하고 이해해야 한다.

[1] 이소현, 박은혜, 『특수아동교육』(3판), 학지사, 2011, p.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