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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p: 규칙과 반칙의 변증법》 메모(2023.8.6. 메모)

hasangpaullim 2025. 7. 2. 01:31

본격 스포츠 전시일 것만 같은 《flop: 규칙과 반칙의 변증법》(소마미술관)을 놓칠 수 없어서 끝나기 직전에 보고 왔다. 외국 사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스포츠에 관한 전시를 볼 기회는 흔치 않은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이전의 본격 스포츠 전시는 잭슨 홍 작가의 개인전 《13 Balls》(2012~2013년, 아트클럽1563) 정도다. 올해 초에 제목만 보고 기대하며 찾아 간 전시 《너클볼》(갤러리조선), 《칩 슛》(카다로그)은 전시와 작품에 대한 호오와는 별개로 스포츠 용어를 그저 제목에 비유적으로 사용했을 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다행히 기대한 것처럼 《flop: 규칙과 반칙의 변증법》은 스포츠에 관한 전시였다. 정면 돌파가 아닌 측면 돌파의 방식이었다. 전시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기획의 힌트가 된 듯한 금지된 기술들의 목록이었다. 특정 기술을 금지하면 해당 종목의 규칙은 더욱 세공되고, 선수의 역량과 경기 전술은 그에 맞추어 변화하는데, 결국 금지 기술이 한 종목의 정의를 갱신하는 변화를 가져온다. 금지 기술을 사용한 선수는 아니지만 요한 크루이프와 스테픈 커리는 전혀 새로운 경기 방식으로 축구와 농구를 재정의한 인물이다. 재밌는 점은 이 두 선수가 각 종목의 역대 최고 선수(GOAT)로 평가 받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는 이 두 선수가 다른 측면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하는데, 스포츠의 잠재적 예술성을 적극 활용하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이때 예술성은 예술적인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서, 규칙이 포섭하지 못 한 해당 종목의 숨은 속성을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발현해내는 것이다. 전시는 스포츠에서의 이러한 실천을 ‘예술적 실천‘과 연결지어보도록 제안한다.

*전시 홍보 영상 링크: https://youtu.be/RZIMMFOuvcc?si=gJd5sC5Z30BH4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