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첫 날.계단 위에서 맨 아래층을 향해 늘어진 얇은 사슬에 몇 개의 얼음덩이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보았다. 천천히 녹으면서 하나둘 물방울로 떨어져 내린 얼음덩이 일부가 계단 아래 물웅덩이에 작은 파동을 만들었다. 저화질의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볼 수 있었던 이 광경은 오래 가지 않아서 송출이 중단되었다(이후 다시 라이브 방송이 이어졌는지는 모르겠다). 햇빛 좋은 6월 초, 차갑게 동그란 고체가 미지근하게 넓은 액체로 변해 갔을 것이란 추정만 남겨둔 채 시간은 흘렀다.전시 마지막 날.내려가기 위한 계단으로 들어서자 눈 아래에 비석처럼 서 있는 투명한 초록빛의 형상이 보인다. 각양각색의 덩이, 면, 선이 투명한 액체 속에서 공기와 엉키면서 고정된 형체가 되어 있다. 그 뒤 구석에 거미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