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9

(메모) 방송 장애

오늘 한화 대 두산의 경기 중, 중계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하는 바람에 꽤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시점으로, 멀리서 시합을 봐야 했다. 물론 멀리서 봤다는 말은 조금 이상한데, 중계 방송을 보여주는 디스플레이가 바로 눈 앞에 있기 때문이다. 작게 봤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화면을 하나의 시점으로 멀리서/작게 봐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해설자와 캐스터는 경기 상황에 대해 보다 상세한 묘사를 해야만 했다. 오랜만에 라디오 중계를 듣는 듯한 경험이었다. (조금 못된 상상이지만) 영상 시스템이 아예 먹통이 되었어도 흥미로운 상황이 펼쳐졌을 듯하다. 야구는 소리만으로도 꽤 볼만(?)하니까. 만약 화면이 암전된다 해도 중계진이 당황하지만 않는다면 시청자는 충분히 청취자가 될 수 있다. 야구의 이러한 특성..

스포츠 2024.04.26

가상의 육면체

야구는 스트라이크존이라는 가상의 육면체를 중심으로 하는 게임이다. ABS는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육면체를 보다 더 명확하고 일관성 있게 설정하여 정확한 판정을 내리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경기에서 사람이 스트라이크존을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투수와 포수, 타자는 ABS가 설정한 육면체를 머릿속에 계속 그리면서 스스로의 신체 움직임과 겹쳐보는 작업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상상하는 육면체의 형태와 크기, 위치를 조정하는 동시에 몸을 움직이는 방식도 조정해나간다. 테니스, 배드민턴, 축구, 배구 등의 게임에서도 라인 인-아웃을 판정하기 위해 ABS와 같은 트랙킹 시스템을 활용한다. 이 판정 시스템은 주로 공(또는 그에 상응하는 물체)이 경기장 지면의 라인에 닿는 정도를 판단하거나, 혹은..

스포츠 2024.03.31

캐칭 2

(전)포수 박경완에 따르면 캐칭의 핵심은 심판을 현혹하는 프레이밍이 아니라 심판이 잘 볼 수 있게 잡아주는 것이다.* ABS가 도입된 지금도 박경완의 지론은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이제 포수가 심판에게 속임수를 쓰든 캐칭을 잘 보여주든 무슨 소용인가 할 수 있지만, 투구의 결과를 (심판에게) 선명하게 보여주는 캐칭은 결국 투수에게도 선명히 보인다는 점에서 피처와 캐처 사이에 신뢰를 쌓는 일이라 할 수 있다. 자신이 던진 공을 감추는 포수를 신뢰할 투수는 없다. 투구의 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투수일 것이기 때문이다. 설사 감춘 결과가 좋더라도 그로 인한 관계는 지속되기 어렵다. 배터리의 관계는 경기력으로 이어지기에 잘 보여주는/보이는 캐칭은 여전히 중요한 것 같다. * 관련 글: https://co..

스포츠 2024.03.27

카타르 월드컵 이모저모

2022년 카타르 남자 축구 월드컵은 내가 직접 봤고 기억하는 월드컵 중 가장 논쟁적인 대회다. 논쟁이 수면에 떠오르기 전 이미 개최 시기와 개최지부터 기존 대회와 차별성을 가지며 화제였는데, 여름에 열리던 기존 월드컵과 달리 가을과 겨울 사이에 진행되고, 또 이슬람권 국가에서 열리는 최초의 대회이기 때문이었다. 여러 논쟁들 가운데 처음 드러난 문제는 월드컵의 준비 과정에 동원된 수많은 이주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다. 인구 300만 명 중 200만 명이 이주 노동자인 카타르는 월드컵 개최를 확정지은 후 경기장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에 걸쳐 공사와 정비를 진행했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월드컵 준비 기간 동안 400~500명의 이주 노동자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고, 영국의 한 일간지..

스포츠 2022.12.03

카타르 월드컵

이번 월드컵이 카타르에서 열리면서 여러 사회적인 이슈가 있는 가운데, 오로지 게임 안으로 시야를 좁혀보면 업데이트 된 오프사이드 판정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 같다. 다시점으로 전지적 수직수평선을 구축하는 VAR의 월드컵 첫 희생양은 공교롭게도 과거 마라도나 신의 손 사건으로 성취를 거둔 아르헨티나다. 그런데 “축구에 집중”하기엔 너무 엉망인 현실이 있기에 선수들은 게임에 한시적으로 집중하기 직전 무릎을 꿇기도 한다. 휘슬 소리의 바깥에서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게임의 안과 밖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선수들은 잘 알고 있다. 하나의 몸으로 게임의 안과 밖을 계속 오가는 선수는 게임이 사회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체감하는 사람이다. 이건 미술도 마찬가지일텐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 무릎 ..

스포츠 2022.11.23

스포츠 ≠ 전쟁

스포츠엔 종종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수식어가 따른다. 치열한 라이벌 전이나 대형 스포츠 이벤트일 경우에 더욱 그렇다. 종목 별로 상이한 측면이 있으나 스포츠엔 어쩔 수 없이 전쟁의 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동시대에도 유효한가 하는 희의적 여론은 등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스포츠 역시 문명과 함께 변화해왔고, 적어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총성’뿐 아니라 ‘전쟁’도 없는 그저 ‘스포츠’를 원한다. 진짜 전쟁 앞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그 어느 것도 수식할 수 없게 되는 듯하다. ‘전쟁’이 ‘스포츠’의 가치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이 두 단어는 동격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전쟁이 스포츠를 이용할지는 몰라도 스포츠는 전쟁에 이용 당하기를 원치 않는다. 선수들은 스포츠와 이..

스포츠 2022.02.26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의 동일 임금 투쟁

조금 전 뉴욕타임즈*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미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미국축구연맹과의 합의를 이끌어내며 남자 축구 대표팀과 동등한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동일임금 합의 기사: https://www.nytimes.com/2022/02/22/sports/soccer/us-womens-soccer-equal-pay.html? U.S. Soccer and Women’s Players Agree to Settle Equal Pay Lawsuit Under the terms of the agreement, the athletes will receive $24 million and a pledge from the federation to equalize pay ..

스포츠 2022.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