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스포츠) 4

'배터리'의 일부로서 큐레이터

마코와 abs가 기획하고, 수건과 화환이라는 공간에서 이틀간 열린 〈포지셔닝 워크 위크〉*의 첫 날 세션 중 (전시)기획을 야구에 빗대어 이야기하는 발표가 있었다. 발표자는 질의응답 시간에 개인전 기획과 관련해 어느 외국인 큐레이터가 보내왔다는 이메일을 일부 공유해주었는데, 그 내용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 포수 박경완의 캐칭에 관한 견해**와 큐레이터 요하네스 클라더스가 한 인터뷰에서 개인전(기획)이 갖는 의의에 관해 한 말들***이 떠올랐다. 비유는 언제나 함정에 빠질 위험성을 갖지만, 함정은 출구가 없다는 점에서 매력적이기에 야구와 기획(혹은 미술)을 비유의 틀에 넣는 일은 충분히 해볼 만하다. 야구에서 포수가 하는 ‘캐칭’의 핵심은 공을 ‘프레이밍’ 하여 심판을 현혹하는 것이 아닌, “심판한테 제..

(미술~스포츠) 2025.02.24

마리아노 리베라를 위한 기념비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인 마리아노 리베라는 2013년 은퇴 시즌 중 상대 팀이었던 미네소타 트윈스로부터 를 선물 받았다. 우완인 리베라는 투구할 때 “커터(Cutter)”라고 불리우는 컷패스트볼을 주무기로 했는데, 이는 패스트볼처럼 빠르게 직선으로 날아가다가 홈플레이트 바로 앞에서 왼쪽으로 급격히 꺾여 들어가는 구종이었다. 그의 커터는 좌타자가 스윙할 때 배트의 얇은 부위를 강하게 갈아내면서 선수 경력 동안 수많은 상대 타자의 수많은 배트를 부서트렸다. 1999년 월드시리즈에선 한 타석에 한 타자에게 세 번이나 부러진 배트를 선물(?)한 적도 있다. 만약 를 실제 리베라가 부서트린 배트 조각들로 만들었다면 당사자의 손끝 행위가 깃든 사물이자, 상대 타자(팀)의 산산조각난 꿈 그 자체인 배트 ..

(미술~스포츠) 2024.03.05

미술가는 배우는 존재

미술가는 계속해서 배우는 존재다. 계속 배우는 사람이 반드시 미술가일 필요는 없겠지만, 미술가가 계속 배우지 않는다면 과연 미술가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때 ‘배움’은 제도권 교육, 인간이 인간에게 가르침 받는 교육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술가는 제도권 밖에서도, 스스로도, (비인간)사물에게도, 상황에서도 배운다. 미술의 범위, 매체의 장이 넓어지고 전통은 온전히 전수되지 않는 환경 속에서 미술가는 배움을 멈출 수 있을까? 미술가는 제도권 내에서 가장 미술적이라고 여겨지는 문제에서 배우는 동시에 의심하며, 아무도 관심 없는 문제에서 흥미를 갖고 (미술을) 배울 수 있는 존재일 것이다. “마라톤(인생)은 인생(마라톤)과 같다”고 할 때의 그 유명한 마라톤부터 그래픽 툴 유튜브 튜토리얼까지 배움을 얻을 수..

(미술~스포츠) 2022.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