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리가 선명히 들리는 어느 곳에 서면 저 멀리 계단 아래에 정체 모를 작은 빛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을 걸어 내려가 작은 빛에 가까이 다가서면 구체적인 과거, 지금,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지지만, 소리는 이미 그 시제들로부터 희미하게 멀어져 있다. 한편, 어두운 방에선 어느 순간 갑자기 빛이 새어 나온다. 빛을 쫓아 방에 들어간다. 계단 아래에서 작게 빛나던 구체적인 과거가 여러 방향으로 열린 벽면에 여기저기 불안정하게 혹은 불충분하게 맺혀 있다.*다시 작은 빛으로 돌아간다. 여기에서 과거, 지금, 미래는 이제 더 이상 구체적으로 눈 앞에 펼쳐지지 않는다. 과거, 지금, 미래가 모두 끝으로 빨려 들어간다. 본래 과거, 지금, 미래에 끝이라는 감각은 없다. 다만 작은 빛은 애초에 끝에서 태어났기에 작은 빛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