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예술)/목격과 기록과 생각

《전국광, 모더니스트》(WESS, 2022.03.12.~04.08.) 메모

hasangpaullim 2022. 3. 21. 01:50

성북구에 위치한 WESS에서 열린 전시 《전국광, 모더니스트》(2022.03.12.~04.08.).
전시 공간의 유형 혹은 종류에 대해 내가 갖고 있는 선입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미술관이 아닌 WESS와 같은 공간에서 수복된 작품*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좋은 의미에서 특이한 경험이었다. 기관을 배경에 두고 운영되는 비영리 공간이 아닌, 여러 개인이 자발적 주체로 모여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공간에서 기획되어 열리는 전시의 작품은 보통 근작이고 작가는 생존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수복된 작품이 전시될 일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오히려 전시를 위해 일시적으로 존재하거나 망가지기를 자처하는 작품이 다수이다. 그런데 이 전시는 작고한 작가를 소환하는 동시에 손상된 작품을 수복하여 전시한다. 그리고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게 된 말년의 작품**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시한다. 작고한 작가가 만들어낸 생존 작품들은 한 치의 의심 없이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활동무대로 여겨질 법한 전시 공간에 소환되어, 묵묵히 쌓인 ‘적’의 흔적과 반짝이며 멈춘 균열의 순간을 고요히 정지한 상태로 드러내며 존재한다. 작품이 품은 가능성은 과거로부터 왔기에 이미 소진된 가능성일 수도 있다. 허나 의외의 공간에서 예상치 못 한 관객과 만나며, 이 작품은 작가가 상상하지 못 한 방식으로 가능성을 발현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매스의 내면〉, 1980, 알루미늄, 96×56×26cm

 

**〈매스의 내면-자력 0.027㎥의 공간〉, 1986, 나무, 볼트, 80×160×40cm(가변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