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를 기록/편집한 결과물인 B는 제아무리 A를 온전히 기록하려 애썼더라도 현실의 시공간에서 특정한 매체로 기록되는 한 A를 대체할 수 없다. 다만 A의 시공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사람의 기억은 완전할 수 없기에, A를 목격한 사람 C에게 B는 기억의 어느 한 부분을 받쳐주는 ’기억의 지지체‘일 수 있다. 한편 A를 목격하지 못 한 사람 D에게 B는 ‘기억의 지지체’가 될 수 없다. 이때 D는 B를 A와 동격으로 판단하거나 B를 온전한 사실로 여기는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이 노력은 D가 B를 ’상상과 의심의 지지체‘로 활용할 때 가능할 수 있다. B가 D에게 ’상상과 의심의 지지체‘일 때 D는 오판이나 실수를 줄이는 노력을 넘어서 새로운 장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데, 이는 B를 ’기억의 지지체‘로 삼는 C와 만날 때 가능할 수 있다. B를 각기 다른 지지체로 활용하는 C와 D가 만나서 기억과 상상과 의심을 한 데 풀어놓을 수 있다면, 그 시공이 바로 예상치 못 한 새로운 장으로 향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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