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공간, 밀려난 사람〉*이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기획연재가 있어서 기사를 쭉 읽어봤다. ‘빼앗긴 공간’과 ‘밀려난 사람’들의 사연과 상황, 입장은 가지각색이지만, 빼앗고 밀어낸 쪽인 관청 관계자의 대답은 모두 한결같다. 아마 빼앗고 밀어냈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한결같은 대답**을 하는 듯하다. 한결같다는 말은 내용이 같다는 뜻은 아니고, 태도나 표현 방식이 죄다 상투적이라는 뜻이다. 상투적인 말(을 하는 사람)은 앞선 그 어떤 말에 어떻게든 무조건 달라붙는 동시에 자신은 그 다음에 올 어떤 유의미한 대답도 모조리 거부해버리는 특성이 있다. 대답을 거부한다는 의미는 묵묵부답하거나 상대방의 대답을 밀어낸다는 의미는 아니고, 앞선 유의미한 말에 어떻게든 무조건 달라붙는 대답으로 그 말을 빼앗으며 이후 돌아올 또 다른 대답의 자리를 애초에 마련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상대의 말에 응하는 말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대답을 거부하는 셈이다. 이처럼 대답을 모두 거부하면서 무한히 공회전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상투적인 말이다.
* https://www.khan.co.kr/series/articles/as383?www
**(3개 기사의 일부 내용 드래그한 상태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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