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다니던 성당에 정말 오랜만에 들렀다. 무릎을 꿇을 때 내려서 사용하던 틀(장궤틀)이 의자에서 사라진 게 눈에 띄었다. 냉담자로 산지 어언 20년이 되었으니 이에 대해 생각할 일이 없었으나, 미사에 참석해 서있거나 앉아있다보니 셀 수 없을만큼 많이 무릎 꿇었던 어릴적 나날들이 생각났다. 매일같이 새벽/저녁 미사의 복사를 하며 제단 위에서, 그리고 신자석에서도 무릎 꿇는 행위를 반복했다. 아마 이때 복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키가 조금 더 컸을 거라는 확신이 든다… 신자석에 있을 때는 종종 누군가 잘못 건드려 덜컥 내려온 장궤틀에 정강이를 부딪혀 아파했던 기억도 있다.
장궤의 시행에 관해 카톨릭 내에서 여러 입장이 있는 듯하다.* 무릎을 꿇는 행위가 갖는 상징성 때문이겠으나, 이는 결국 다리의 관절을 굽혀 무릎을 딱딱한 틀(바닥)에 대고 척추를 곧게 세워 서는 행위가 인간의 몸에 감각으로 깊이 각인되는 움직임이기 때문인 듯하다. 현 시대에서 이러한 몸의 각인을 긍정적으로 해석할 것인지 부정적으로 해석할 것인지의 문제.
(한편 어느 한인 성당 주임 신부님의 장궤틀에 관한 분석은 검증된 이야기인지 의문…)**
* “가톨릭 미사중 무릎꿇기 시행 논란”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7518.html#ace04ou
** https://www.standrewkim.org/fileUpload/weeklyBulletin/weekly_bulletin_2018-12-16.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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