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영추문 앞을 지나다가 보니 천막이 걷혀 있어서 가까이 가봤다. 수복한 부분의 표면이 하얗게 변해있고 줄눈도 다른 부분에 비해 많이 깨져있길래 더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고 만져도 보고 사진도 찍었다. 역시나 한번 손상이 가해진 물질은 절대로 원상 복구될 수 없다. 관리원 분이 문을 열고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물어봐서 한동안 얘길 나눴다. 불안해 하시길래 명함을 드리고 왜 보는 중이었는지 설명도 한 후 조금 더 살펴보다가 금방 자리를 떴다.
일상에서 무언가를 다시 보고 자세히 보는 일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주 예전부터 경복궁 담벼락을 다시 자세히 보던 사람이 한 명쯤은 어딘가 분명 있었을 것 같다. 아마 사건의 범인들이 무언가를 다시 자세히 보는 사람들이었다면 눈앞의 되도 않는 이익을 위해서 이곳에 낙서를 사주하지도 실행하지도 않았겠지. 이런 무례함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의 다시 자세히 보는 일은 이제 예전과 같이 자유롭기는 힘들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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