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예술)

직함

hasangpaullim 2023. 10. 8. 14:14


최근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적어 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나 스스로 뭐라 생각하는지, 남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해볼 일이 있었음. 누군가를 어떤 직함 또는 호칭으로 부를 때는 네 가지 정도 이유가 있는 것 같다. 1) 그 직함에 맞는 공적 자격을 갖춘 경우, 2) 공적 자격과 별개로 그 역할을 하는 경우, 3) 당사자가 그렇게 불리우길 원하는 경우, 4) 그래서 그 직함에 맞는 역할을 하길 기대하면서 부르는 경우.
(독립)기획자, 학예연구사, (독립)큐레이터, 컨서베이터, 레지스트라, 아키비스트, 에듀케이터, 도슨트, 작가, 예술가, 미술가, 비평가, 평론가, 연구자, 갤러리스트 등등등… 한국어와 외례어가 뒤섞인 수많은 직함/정체성 중 나는 뭔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2년 가까이 ‘주임(영문으로 staff라고 함)‘이라는 직함으로 일하면서 내린 결론은 말과 글로 나타나는 직함보다 누군가를 볼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직함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학예연구사인데 연구를 안 하거나, ‘독립’큐레이터인데 사실 독립적이지 않거나, 작가인데 작가로서 책임은 다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면서 머릿속에 다른 이름표가 떠오른 경험이 생각보다 많다.
그동안 ‘주임’이라는 이상한 직함 덕분에 보이는 직함과 머릿속 직함이 엇갈리는 일은 피할 수 있었던 것 같고(주임은 직급인데 회사 외부인들에게도 주임으로 불리우는 이상함…), 이제는 좀 더 진지하게 내가 뭔지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