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앱을 통해 편도로 대여한 뉴 레이를 타고 부산을 떠나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으로, 그리고 토요코인호텔 창원점을 거쳐 성산아트홀에 이르렀다. 함께 이동하는 사람들과 경차 덕분에(?) 지나는 길의 재질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농담을 나눴다. 이틀 동안 창원조각비엔날레의 또 다른 베뉴인 동남운동장, 성산패총을 비롯해 창원 시내 일부를 돌아다녀 보니, 이 농담이 비엔날레를 경험하는 데 적절한 인트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 작가분께 들은 바에 따르면 영구 설치물이 하나도 없다는 이번 조각비엔날레는 창원(창원-마산-진해)이라는 도시 자체를 영속적으로 가변하는 조각(적 경험)으로 제안하는 듯했다.
하나의 도시를 하나의 조각, 혹은 하나의 조각적 경험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위로 높은 전망대에 올라 조망하기보다는 넓고 멀리 직접 닿아 보는 편이 더 적절한 방식일 수 있을 것이다. 그 방식에 얼마만큼의 일관성이 계획, 유지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전시는 창원이라는 조각/경험/지역/장소/공간을 밟고 더듬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힌트로 작동하는 듯했다. 주로 비 조각 매체 작업들과 도심의 비 미술적 베뉴들이 그 힌트가 되어 주었다. 도시를 “수평성”의 조각(적 경험)으로 상상하고 펼치려면, 도시 내부와 경계에서 사람들의 이동, 만남, 대화, 생각, 기록 등이 깎고, 새기고, 빚거나 덧붙이는 조각적 행위처럼 활성화 되어야 하고, 결국 조각/미술/비엔날레라는 힌트를 경유하여 그 밖으로 걸음을 뻗을 때 비로소 하나의 도시가 수평적 조각이자 조각적 경험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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