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예술)

간척지와 바다

hasangpaullim 2025. 1. 11. 00:24

예술지원제도는 간척지 같은 것 아닌가. 기존의 땅에서는 하기 어려웠던 활동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원래 발 디딜 수 없던 곳에 새롭게 만든 땅이 예술지원제도 같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땅 위에서 무언가 할 때 내 발밑의 땅 아래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 상상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지 않나. 간척지 위에서 바다를 상상하지 않는다면 간척으로부터 잃어버린 것들을 잊고, 또 그 대가로 얻은 새로운 땅의 당연하지 않은 소중함도 잊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간척지라는 땅은 원래 바다였다는 사실을 잊을 수 있다.

'(미술(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독립적인’ 미술 행위자  (0) 2025.04.23
작업과 작업실  (0) 2025.02.08
기둥, 공간, 전시  (0) 2024.04.09
이동하는, 일시적으로 멈춘 작품  (0) 2024.03.13
예정일  (1) 2024.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