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가는 언젠가 결국 제도 안으로 포섭될테지만 이것이 분명 제도의 분류체계를 갱신하도록 강요하면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술가는 기성 제도의 템플릿으로부터 벗어나 자신의 미술과 미술가로서의 정체성을 스스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한편 누군가는 기성 제도(미술관을 비롯한 공공기관) 안으로 더 깊숙이 들어갈 필요도 있는 듯하다. 앞선 이야기의 연장선에서 말하면, 산재해 있는 각각의 미술은 종국에는 분류, 기록, 연구되어 기성 제도 안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때 기성 제도의 구성원은 각각의 미술을 기존의 템플릿으로 의심 없이 수용해서는 (단호히) 안 된다. 미술 제도라는 토양이 원래 존재했던 것처럼 여기면 안 된다는 말이며, 조금 다르게는 제도는 계속해서 갱신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말이다. 미술관/공공기관은 "PDF를 굽는"다거나 "NFT"와 같이 양자 사이에 큰 갭이 느껴지는 말들이 공존하는 희한한 곳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성 제도의 템플릿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미술가의 활동을 지지하는 누군가는, 이러한 제도가 자신이 발 디딘 땅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하고 그 안에 머물며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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