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빈틈을 건드리는 반가운 작업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빈틈’은, 당연히 정돈되어 있을 것이라 여겨지기 때문에 거의 아무도 관심 두지 않는 것들이 존재하는 장소다. 편지지에 적힌 이름 “아버지의 마음-담양”을 미술관 홈페이지에 들어가 검색하면, 액자로 표구되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기본 정보 외 아무런 설명 없는 사진 작품이 나온다. 아마 전시된 적 없는 사진이어서 표구를 하지 않았을 듯하다. 이어서 강봉규라는 작가 이름을 검색하면, 작품설명 없는 수많은 사진들과 함께 2016년 하반기에 열린 ’기증작가초대전‘에 관한 정보가 나온다. 작가의 미술관 소장작품들은 ‘2017-’로 시작하는 관리번호를 달고 있다. 이 번호는 전시가 열린 다음 연도인 2017년을 뜻한다. 작가의 사진들은 이때 소장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