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20

2025년 5월 15일

정책연구나 방향 설정 토론회 자료집 같은 과거의 문서들을 시기별로 쭉 살펴보면, 그 흐름이 어떤 유사한 문제의식의 망각과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굳이 멀리 거슬러 갈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이 문서는 용역 연구를 통해 2020년 발행된 정책연구서의 출력본이고, 그 위의 형광펜과 빨간펜 흔적은 2023년 12월 13일의 어느 회의 준비를 위해 긋고 쓴 것들이다. 조금은 친절한 마음으로 긋기 시작한 형광펜이 분노의 빨간펜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난다. 이제 또 시간이 흘러 2025년이다. 무엇이 어떻게 망각되고 반복되고 있나.

2025년 5월 14일

관객에게 개방하기 위해 인미공 3층의 문서 수납장은 더 철저히 잠겨 있다. 에어비앤비 같다. 숙박업으로서 에어비앤비 말고 진짜 사는 집을 내어주던 에어비앤비 말이다.작가는 인미공 3층 사무실을 한 달 동안 빌린 투숙객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빌린 집을 프린트숍으로 꾸며 열고는 불특정 다수에게 아주 제멋대로 쓰도록 방치한 채 사라져버린 무서운 투숙객이다…

2025년 5월 9일

노재운 작가의 〈총알을 물어라!(BITE THE BULLET!)〉는 전시장에는 없지만, 인미공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언젠가 갑자기” 조금 이상하고 불연속적이면서 불완전한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스토리에 나타나는 12개의 씬을 마주하면, 얼마간은 내 눈과 귀 혹은 영상 파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그저 스마트폰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되는대로 볼 수도 있고, 무심한 물음표를 떠올리며 다른 계정의 스토리로 넘겨버릴 수도 있고, 무엇인지 정체도 모른 채 끝까지 보고선 기억의 저편으로 잊혀져 가도록 방치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다가 “언젠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다시 마주하는 날이 올 수도 있으려나요.